- 한국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OECD 최고 수준
- 최대주주 주식은 20% 할증평가로 실제 부담이 시가의 60%까지
- 가업상속공제 경영기간 요건이 10년에서 30년으로 강화
"상속세 세율이 도대체 얼마이길래 기업까지 판다는 걸까요?" 최근 상속세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이미 OECD 최고 수준인데, 최대주주 주식은 여기에 20% 할증평가까지 더해져 실제 부담이 시가의 60%까지 올라갑니다. 정치권은 개편 필요성을 말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이, 현장에서는 85세 기업인이 100억원대 상속세 때문에 은퇴를 미루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속세 세율 50%, 왜 개편 논의는 멈췄나
핵심: 지난해 상속세 개편을 공언했던 정치권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세제개편안에서 이 내용을 빼놓았습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상반기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와 근로소득세 개편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두 번의 세제개편안에는 해당 내용이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3월 "배우자 상속제 폐지에 동의할 테니 이번에 처리하자"고 말한 바 있고, 당시 국민의힘도 상속세 부과 방식 개편과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5월 상속인이 각자 받은 몫에만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담은 상속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 한국은 사망자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 논의가 멈춘 사이 부부 재산분할과 상속의 세금 격차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으로 받을 재산분할액은 2심에서 9440억원으로 판결됐지만 최 회장이 대법원에 재상고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재산분할로 받는 돈에는 증여세와 소득세가 붙지 않지만, 같은 금액을 상속으로 받으면 최고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은 평가액을 20% 할증하기 때문에 상속된 주식의 세 부담은 시가의 60%에 이릅니다. 실제로 창업자가 사망한 게임업체 넥슨의 경우 유족이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주식을 물납했고, 재정경제부가 그 결과 넥슨의 2대 주주가 됐습니다. 지난 5월 유족들은 주식 일부를 되사갔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를 "물납받은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았다는 의미에서 아주 좋은 매각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세금 격차 때문에 부부간 재산분할은 상속보다 이혼이 유리한 구조가 됐고, 위장 이혼 여부를 둘러싼 소송도 벌어집니다. 2017년 대법원 판례가 대표적입니다. 30년간 혼인 상태였던 한 미망인이 82세 남편에게 전처 소생 자녀 5명이 있어 상속 분쟁을 피하려고 이혼·재산분할 소송을 냈고, 조정으로 현금 10억원과 40억원의 약속어음 채권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이혼 7개월 뒤 사망했고, 세무서는 위장 이혼이라며 증여세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위장 이혼으로 무효가 아닌 이상 재산분할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다만 재산분할액이 지나치게 과대한 부분은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고, 이듬해 서울고법은 해당 사건에서 증여세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렇게 상속세 최고세율과 할증평가가 그대로인 상황은 실제 기업 승계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낳고 있을까요.
"사업 확장했더니 상속세 100억"… 가업상속공제 문턱은 더 높아졌다
핵심: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85세 기업인은 100억원 넘는 상속세 부담에 아직도 경영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자동차해체재활용업 공장을 운영해 온 박모(85)씨는 100억원이 넘는 상속세 걱정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함께 키운 아들이 있지만 상속세 부담에 매각 위기에 놓였습니다.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박씨 사업장에 적용될지도 미지수인데, 공제를 받으려면 한 업종을 오랫동안 영위해야 하는데 박씨 사업장이 최근 중고차 수출 실적을 크게 올리면서 사업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수출 일꾼이 됐다는 이유로 공제 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4일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대상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손질됩니다. 피상속인 경영 기간 요건을 현행 10년에서 30년으로 상향했고, 공제 후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습니다. 대상 업종도 기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기준에서 세세분류 기준 727종으로만 좁혔습니다. 제도를 악용해 상속세를 탈세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지만, 아버지의 문구 도소매업을 물려받아 인공지능(AI) 관련 교육서비스업으로 키운 여상훈(41)씨처럼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전속력으로 달리고 싶어도 업종 유지 조건이 경영 결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재영 대륙아주 변호사는 "혁신기업은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신주 발행 과정에서 최대 주주 지위가 변동되는 경우가 잦아 사후관리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속세 부담에 회사를 매각했던 777·락앤락과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1세대 보험중개 기업으로 꼽히는 히스의 한만영 대표는 금융업이 아예 공제 대상 업종에서 제외돼 있어,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갖춘 국내 기업이 외국계 회사에 매각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국내 제도의 문턱이 높아지는 사이, 상속세 자체를 아예 없애거나 승계 세 부담을 크게 낮춘 해외 사례에 관심이 쏠립니다.
상속세 폐지한 스웨덴, 감면으로 승계 돕는 독일
핵심: 스웨덴은 2005년 상속·증여세를 완전히 폐지했고, 독일은 상속세를 유지하되 승계 기업에는 최대 100%까지 감면해줍니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가업 승계 법제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첫 발제에서 "우리 앞에 스웨덴이 갔던 길과 베네수엘라가 갔던 길이 있다. 상속세를 유지해 성공을 바라는 사회는 반드시 망한다"며 "높은 상속세가 기업의 승계를 어렵게 하고, 자본과 기업가의 해외 이탈을 촉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명목 최고 상속세율이 50%로 OECD 최고 수준인 반면,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웨덴은 1970~80년대 최고 소득세율이 80%를 웃돌고 상속세 최고세율도 60~70% 수준까지 올라갔던 나라입니다. 1991년 세제개혁으로 소득세·법인세를 낮춘 데 이어 상속·증여세도 단계적으로 축소했고, 결국 스웨덴 의회는 2004년 12월 상속·증여세 폐지를 결정해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이 폐지는 진보 성향인 사회민주당 정부에서 추진됐고, 스웨덴은 2007년 부유세도 폐지했습니다. 다만 자산을 상속할 때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그대로 승계해, 이후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하면 그동안 누적된 자본 이득에 세금을 매기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재산을 이전하는 시점이 아니라 실제 자본 이득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독일의 가족재단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기업주가 보유 지분을 가족재단이라는 독립 법인에 출연하면 세대가 바뀌어도 지분이 상속인에게 반복적으로 분산되는 걸 막을 수 있고, 가족 구성원은 지분을 직접 나누는 대신 재단 수익의 배당금·임대료·이자 등을 생활비·교육비 형태로 받습니다. 독일은 스웨덴과 달리 상속세를 유지하지만, 사업을 계속 승계하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용 자산은 85%, 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00%까지 상속·증여세를 감면해줍니다. 다만 재단에 귀속된 재산에는 30년마다 상속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대체상속세'를 부과해, 가족재단을 활용한다고 상속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구분 | 상속세 최고세율/방식 | 승계 관련 특징 |
|---|---|---|
| 한국 | 명목 최고 50%(OECD 최고 수준) | 최대주주 주식 20% 할증평가, 가업상속공제 경영기간 요건 10→30년으로 강화 |
| 스웨덴 | 2005년 1월 1일부터 상속·증여세 폐지 | 취득가액 승계 후 처분 시점에 자본이득 과세 |
| 독일 | 상속세 유지 | 사업용 자산 요건 충족 시 85~100% 감면, 가족재단은 30년마다 대체상속세 부과 |
이게 나에게 의미하는 것
부모님이 오래 운영해 온 가업을 물려받을 계획이라면, 경영기간 요건이 10년에서 30년으로 강화된 만큼 가업상속공제 대상 여부와 업종 변경 이력을 미리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받을 예정이라면, 20% 할증평가로 실제 세 부담이 시가의 6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자금 계획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혼과 재산분할을 함께 고민 중이라면, 위장 이혼이 아닌 정상적인 재산분할은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는 2017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정리: 오늘의 시사점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와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그대로인 채, 정치권의 개편 논의는 이재명 정부 두 번의 세제개편안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그사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오히려 강화해 85세 기업인이 100억원대 상속세 부담에 은퇴를 미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상속세 완전 폐지(2005년)와 독일의 사업용 자산 최대 100% 감면 사례는, 한국의 유산취득세 도입 논의가 왜 국회에서 계속 표류하고 있는지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비교 대상입니다.



